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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갈 때면 콩나물해장국은 안먹어도 순대국은 꼭 먹는다.
![]() 프리머스 영화관 바로 옆에 위치한 순대국 전문업소, 신기와집. ![]() 이곳 주인 아저씨의 자랑은 직접 만든 피순대. 국밥을 주문하면 이렇게 세조각씩 접시에 담아준다. 신선한 돼지피로 만들지 않으면 먹지 못할 음식이란다. 돼지냄새가 물씬 풍기는 게 어지간히 순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먹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데리고 간 사람 중에서 맛있게 먹지 않는 사람 못봤다. 다시 생각해보니 순대국은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아예 먹으러 가지 않는 음식이다. ![]() 반찬 중의 하나인 부추. 국밥에 듬뿍 넣어서 먹는 게 이 집의 스타일이다. 이곳을 소개시켜준 친구에게 '어이어이, 그 집에서는 국밥에 넣어먹으라고 부추를 잔뜩 주더라.' 라고 했더니 전주는 어딜가나 그렇다는 게 친구의 대답이었다. 초고추장에 또 한 번 놀랐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경상도 친구들은 순대를 막장에 찍어먹고 전라도 친구들은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소금에도 찍어먹고 새우젓에도 찍어먹으며 가끔은 별식을 먹는 기분으로 막장,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다. 모두 나름대로 맛이 있으므로 어느 하나를 특별히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국물은 깔끔한 편, 돼지곱창이 듬뿍 들어있지만 시장에서 파는 것처럼 돼지냄새가 진하지 않다. 걸죽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섭섭할 수도 있다. 국물만 따지고 본다면 순대국밥이라기보다는 돼지국밥 스타일이다. 들깨가루가 들어있지 않으며 (식성에 따라 넣어먹을 수 있도록 따로 준비되어 있기는 하다) 부추가 들어있고 맛이 칼칼하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여대생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의 입에서 학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듣고 알 수 있었다, 죄송하지만 본의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혼자 식사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대화 여대생 1 : 어머, 개고기도 팔고 순대도 파네. 뭘 먹어야해? 여대생 2 : 순대국 먹어야지. 순대국 한 개에 순대를 따로 시킬까 아니면 그냥 국밥을 두 그릇 시킬까? (잠시후 서비스로 나온 순대를 보고) 여대생 1 : 어머, 여기 순대 진짜다. 저녁 때 왔으면 소주 한 잔 하는 건데. 여대생 2 : 낮이니까 소주는 그렇고 막걸리 마시자. 아줌마 여기 막걸리 하나요. 식사를 끝낼 때쯤, 그들이 순대 한 접시 주문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서울에도 이곳보다 맛있는, 혹은 이곳에 견줄만한 국밥집들이 몇 군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장 기억나는 곳만 꼽아봐도 용산의 왕순대, 흑석시장 진미순대, 대치동 용두산 등이 있다. (예전에는 맛있었던 신촌의 구월산도 있고 따지자면 동네 구석구석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와집을 특별한 장소로 여기며 전주에 갈 때마다 찾아가게 되는 이유는 주인아저씨의 놀라운 기억력, 그리고 친절함이다. 이곳에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였다. 2004년 JIFF 때 가고 작년 JIFF 때 찾아갔으니 일년 만이었다. 가방을 내려놓으며 방바닥에 주저앉는 나를 보더니 아저씨가 대뜸 말하는 거다. '작년에도 혼자 오시더니 올 해도 혼자 오셨네요?' 아저씨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묘한 감동마저 느낄 수 있었다. 국밥을 먹으며 세상을 사는 감동이란 이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자그마한 고리에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아무 말없이, 더 먹겠냐는 말도 없이 순대 한 그릇을 더 갖다줬다. 소주를 시킬까말까 먹는 내내 고민했다. 순대 몇 조각 더 줬다고 고맙다는 게 아니다. 나는 음식점이라는 곳이 자판기만 갖다놓은 곳이 아닌 이상, 단순히 돈 주면 음식 나오고 그걸로 끝! 하는 곳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패스트푸드점은 기계 대신 사람들이 주문을 받는 자판기다) 그렇기에 타지에 가서도 동네에 있는 것처럼 편한 마음으로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소중한 거고, 그래서 신기와집을 좋아하는 거다. 각박한 세상이다. 아무리 장사를 위해서라지만 몇 년 전에 잠깐 왔던 손님의 얼굴을 기억해주는 식당이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 이야기를 후배에게 했더니 '형, 형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닐까요? 아마 홍콩 마피아나 일본 야쿠자가 와서 순대국 먹는 줄 알고 주인장도 쫄았을 겁니다' 라고 했다 ㅡㅡ; |